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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여자가 대구 5억짜리 아파트청약에 당첨되면 생기는 일

테크리치 2024. 5. 2.

2020년, 대한민국 부동산 과열 시장이었다.

너도 나도 집을 사고, 안 사면 바보였다.

특히 청약은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아파트는 청약하고 입주까지 건설되는데 3년이라는 기간이 걸린다.

3년 전 가격으로 집을 샀더니 3년 사이 집값이 많이 올라 입주 때 분양가 이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때이다.

그래서 잔금치고 남은 돈으로 차를 사고 인테리어를 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나도 솔깃했다.

직장후배도 청약 당첨돼서 자기 앞으로 아파트가 있단다.

미혼 동기는 다른 도시에 청약받은 아파트가 잘돼서 세입자 들여서 월세를 받는다고 한다.

친구는 빌라 월세에서 아파트 신혼집을 구입해서 이사 갔다.

나도 집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청약을 넣었고, 어느 날 당첨됐다.

사실을 알았을 땐 너무도 기뻤고, 곧 지옥이 되었다.

2020년 청약 당첨 사실을 고지하는 문자 사진

 

당장 한 달 뒤에 계약금(분양가의 15%)을 현금으로 완납해야 한다고 한다.

보통 계약금은 10%인데 여기는 15%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분양가가 5억대였다.

발코니확장 포함하면 6억이었다.

 

나한테는 8-9천만 원이 없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내 욕심 때문이었다.

입주민모집공고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자금력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었다.

 

회사 퇴직금을 끌어다 써서라도 막아보려고 했다.

부모님께도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엇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정말 내게 돈 나올 구멍이 없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매일을 울었던 것 같다.

 

불과 모델하우스 보러 갈 때만 해도 설렜었는데 설마 당첨될까 하는 마음에 넣은 게 정말 됐다.

계약을 못하면 청약통장은 해지되고, 앞으로 10년간 청약금지 페널티가 있었다.

 

그러던 중 사람 죽으란 법은 없는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됐다.

그것은 바로, 나는 부모님 명의로 주택이 있었기에 30세 이전 '유주택자'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무주택자'로 청약 넣었던 조건 자체가 부합되지 않았다.

 

그 결과 청약통장은 유지하되, 1년간 청약금지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감지덕지였다.

다행히 청약통장을 지켜 가입기간 가점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일을 기점으로 나는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보잔 심산이다.

내 자금력과 현실에 대해서도 낳낳히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이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였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이런 일 덕분에 이제는 청약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고,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재테크라는 세계를 접하게 됐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디 나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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