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간호사, 병원 그만두고 영업직까지 경험하며 알게 된 것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좋다가도 싫었던 것 같다.
공대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원해서 간호대학을 가게 됐다.
하지만 막상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되어 부모님과 경제적으로 독립한 점은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취업도 빨랐고 내가 번 돈으로 해외여행도 가게 되고, 친구들 밥도 사줄 수 있었고, 학자금대출도 모두 갚았다.
분명 첫 직장에 합격했을 때, 출근을 설레하며 매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26살 3년 차에 고비가 왔다.
늘 사람이 부족한 시스템인지라 업무강도는 높은 편이었고 업무스트레스가 쌓인 선배들은 우리 후배들에게 풀었다.
또한 들쭉날쭉한 3교대 근무에다가 10시간짜리 야간근무에는 잠을 1분도 잘 수 없었다.
불면증이 심해져 1시간만 자고 출근하게 된 날, 업무 실수를 경험하며 그만둬야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퇴사를 결심하면서 간호사가 아닌 타 직종 취업 준비를 하며 경험한 3가지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보려 한다.
야간없는 간호계열의 상근직
내가 알아봤던 상근직을 나열해 보겠다.
간호직 7급 공무원, 산업간호사, 각종 협회, 인공신장실, 병원 외래, 요양병원 데이 킵, 연구직 간호사, 항공사 간호사
이 중에 몇 개는 취업해서 실제로 약 N개월~1년 이상 근무한 적이 있다.
사람에 치여서 힘들면서도 여전히 병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생각됐다.
안정적인 은행 직원
병원이라는 조직에만 있어봤기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었다.
그래서 페이도 괜찮고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을 만한 곳은 은행이라고 생각이 됐다.
여러 은행에 서류를 넣었지만 실제로 서류합격한 곳은 1곳이었다.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이를 통해 깨달은 바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NCS스터디, 면접스터디를 하게 되었었는데 의료업계와는 다르게 훨씬 더 많은 스펙을 준비하고 유학도 다녀온 친구들을 만났다.
나에게는 은행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었는데, 그곳에 온 다른 친구들은 공기업 떨어지면 가볼까라는 식의
안전망으로 은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결국 고스펙이었던 그 친구들이 붙고 나는 떨어지는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관련 자격증 하나 없이 서류합격한 게 더 신기했다.
내가 자소서를 잘 썼던 건지, 나의 패기에 붙여준 건지 알 수 없다.
영업직이나 마찬가지였던 폴댄스강사
정말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폴댄스강사를 하게 된 것은, 나의 오랜 취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3교대 간호사였던 시절,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 겸 취미였다.
폴댄스는 성취감이 높고 보기에도 예뻐서 일을 그만둔 시절에도 열심히 학원을 다녔었다.
그렇게 4년가량 다니면서 강사 제의를 받게 되고 도전을 했다.
처음 강사를 하게 됐을 때는 재밌고 즐거웠었다.
하지만 학원은 나에게 영업을 하도록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
자선사업이 아니니 당연했겠지만, 월급쟁이로 살면서 처음으로 영업의 부담감을 느껴보았다.
데일리로 내가 영업한 결과를 목도하며, 타 동료들과 실적을 비교하고 예민해지는 스스로를 느꼈다.
나는 폴댄스를 사랑하고 가르치는 게 좋아서 시작했는데, 학원에서 원하는 것은 티칭 역량이 아니라 오로지 높은 매출뿐이었다.
분명 월급은 받았지만 거의 개인사업자 수준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비로소 나는, 월급쟁이의 편안함을 깨닫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돌고 돌아 다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영업의 부담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편한 것인지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퇴근하면 내 꿈을 찾아 자기 계발을 하는 것으로 내 만족감을 채우고 있다.
나의 모든 시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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